2008년 05월 17일
바텐더를 하는 이유?
전 교사라는 삶의 방식을 버리고 바텐더라는 삶의 방식을 선택했습니다. 교사를 뒤로 하게 된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. 가르쳐야만 하는 입장보다는 배우고 보고 듣는 것을 더 좋아하는 개인적인 입장과 소설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더 넓은 터로 나오기 위함과 학업을 계속 하기엔 집안 사정이 너무 안 좋다는 현실적인 부분까지, 모든 것이 딱 들어맞아 학교를 그만두고 말~도 안 되는 아르바이트드를 전전하다 군대에 다녀왔습니다. 그리고 군대에 있는 동안 끊임 없이 생각했습니다.
저의 꿈은 소설가입니다. 좀 더 정확히는 소설을 쓰는 것이고, 조금 더 세밀하게는 제가 바라는 완벽한 소설을 쓰는 게 제 꿈입니다.
이미 많은 걸 알고 있습니다. 삶의 본질을. 물론 이런 말을 하는 게 건방질 정도로 많은 걸 모르고 있고 부족합니다. 하지만 전 지금 제가 알고 있고 믿고 있는 인생의 진리를, 진리이기에 그 길로 가려합니다. 정반합. 이상과 현실은 정과 반의 관계이면서 합의 관계입니다. 전 현실에 속해있으면서 이상만을 바라보고 있기에, 또한 그 사실을 알기에 현실을 직시하려 합니다.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아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, 그걸 정복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 또한 좋은 일입니다. 때문에 전 음악감각이 없어서 하모니카를 불고 있고 현실감각이 없어서 돈을 벌려고도 합니다.
하지만, 그런 이유만으로, 현실적인 이유만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. 그건 마치 배고프니까 아무거나 먹고, 성욕에 굶주렸으니까 아무나하고 자고, 돈이 없으니까 아무 돈이나 가져오고, 이런 꼴이 아닌가 싶습니다. 배고파서 무언가를 먹더라도 더 필요한 것, 좋은 것, 혹은 싫은 것을 억지로 먹는 게 더 나은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.
때문에 전 바텐더 일을 합니다.
요렇게 조그마한, 마차 10평도 안 될 것 같은 작은 공간 안에서 무얼 배울 수 있겠느냐 싶겠지만, 여긴 정말 어마어마 합니다. 초라한 제 자신이 더욱 더 초라해져 보일 정도로요. 바텐더라는 만화책은 많이 미화되었고 비약적이지만, 꼭 그렇게 틀린 말만은 아닙니다. (그게 기준이 된다면 무시무시하겠지만요.) 이 조그마한 바라는 공간에서 전 사회를 보고 있고 세계를 보고 있고 우주를 보려 합니다. 그리고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.
전 바텐더 일로 돈을 벌지만 더 큰 것들을 벌어가고 있고, 더 큰 것을 주려하고 있습니다. 그게 제가 소설을 쓰려 하는 이유와도 같습니다. 흔히 남에게 주는 것은 자신에게 여유가 있을 때나 하는 거라지만,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봅니다. 저 역시 어린시절을 영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면서 자랐습니다. 그 사람들은 돈이 철철 넘쳐서 시간이 넘쳐서 그렇게 저를, 혹은 제 또래의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도와줬을까요. 제가 저의 바에 오는 손님들께 돈을 주고 시간을 줄 순 없지만, 다른 무언가를 줄 수는 있다고 생각힙니다. 또한, 부족하기에, 그리 하려 하고요.
그게 제가 선택한 삶의 방식 중 하나입니다. 정반합. 주는 것과 받는 것은 정과 반의 관계이지만 합입니다. 교사라는 직업은 주는 입장입니다. 라고 전 여겼지만, 이제와서 동기들을 보며 느끼건데, 그건 제 잘못된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. 교사 역시 배웁니다. 어쩌면, 모든 직업이 주고 받을 겁니다. 그걸 어떻게 승화시키느냐가 다르겠지요.
전 바텐더라는 직업을 통해 끝장나게 승화시켜보려 합니다. 사람들의 온갖 감정을 취할 것이고, 온갖 감정을 줄겁니다. 더 나아가 그런 소설을 쓸 것이고, 사람들에게 읽힐 겁니다.
그렇게 살고 싶습니다.
# by | 2008/05/17 20:39 | 술 이야기 | 트랙백 | 덧글(10)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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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텐더 아저씨 멋져요. 최고.
잘 하시리라 믿습니다. ^^
배우는 것은 학생보다 교사쪽이 많은 게 당연하지.
아무리 더 오래살았다고는 해도 40가지의 서로다른 인생을 배울 수 있으니까.
물론 배우려고 한다면 말이야. ㅋ
아리수 / 누나!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는 거야; 졸업식 날에 연락하려 해도 연락처도 몰라서 못 하고; 하여튼; 번쩍번쩍하긴~
neotype / 확고한 의지도, 결과를 만드는 데 좋은 거름이 되는 것 같아요
김정수님 / 예, 기대에 호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
쟈피 / 배우려고 한다면 말이야~ 그런데 교사라면, 가르치는 게 더 큰 의무이긴 한 것 같아,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선 배울 수 있는게 있는 것 같아, 넌 그런 선생님이 되었으면 해~
별밤형 / 내 꿈은 절대 변치 않아. 네버~ 바텐더 일 역시 내 꿈을 위한 일인걸.
보고싶네 ㅋ